1927년 개봉한 프리츠 랑(Fritz Lang)의 영화 메트로폴리스는 AI와 로봇을 다룬 인류 최초의 장편 SF 영화이자, 현대 SF 영화의 원형입니다. 20세기 초반의 기술적 상상력과 사회적 불안을 결합한 이 작품은 이후 블레이드 러너, 아이, 로봇, 엑스 마키나 같은 현대 AI 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메트로폴리스의 줄거리와 상징을 살펴보고, 이후 제작된 AI 영화들과 비교하며 기술과 철학적 주제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분석하겠습니다.
메트로폴리스 줄거리와 AI 로봇 마리아의 상징
메트로폴리스는 미래의 대도시를 배경으로, 지상에서 호화롭게 사는 지배계급과 지하에서 고된 노동을 하는 노동계급의 극단적인 계층 분화를 그립니다. 주인공 프레더는 도시의 지도자 요 프레드센의 아들이지만, 지하에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고 충격을 받습니다. 그는 평화를 외치는 여성 마리아를 만나 변화를 결심합니다.
영화 속 AI 로봇은 ‘마리아의 복제 로봇’입니다. 과학자 로트왕은 프레드센의 명령을 받아 마리아와 똑같이 생긴 여성형 로봇을 제작하고, 이 로봇은 선동과 파괴를 통해 노동자와 지배층 사이의 갈등을 심화시킵니다. 로봇 마리아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외형은 인간이지만 내면은 프로그램된 의도로 움직이는 ‘위장된 위협’을 상징합니다. 이는 훗날 AI와 안드로이드가 등장하는 수많은 영화에서 반복되는 설정입니다.
현대 AI 영화와의 철학적·기술적 진화
메트로폴리스 이후, AI 영화는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에 따라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1982년 블레이드 러너는 인간과 거의 구분이 불가능한 ‘레플리컨트’를 등장시켜, 인간성과 인공 생명체의 경계 문제를 깊이 파고들었습니다. 2004년 아이, 로봇은 로봇 3원칙과 AI의 자율성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며, 인간이 만든 규칙조차 AI가 재해석하고 변형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2015년 엑스 마키나는 AI가 자기의식과 생존 본능을 가지게 될 때 인간과의 관계가 어떻게 변질될 수 있는지 보여주었습니다.
기술적으로도 로봇의 묘사는 단순한 기계 장치에서 감정, 언어, 행동을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인공지능 캐릭터로 발전했습니다. 메트로폴리스의 로봇 마리아는 기계적인 움직임과 무표정으로 ‘비인간성’을 강조했지만, 현대 AI 캐릭터는 인간보다 더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는 외형과 행동을 가집니다.
메트로폴리스가 남긴 유산과 미래 AI 영화의 방향
메트로폴리스는 영화 미학과 서사 구조에서 많은 ‘최초’를 기록했습니다. 거대한 세트와 미니어처, 혁신적인 시각효과는 오늘날의 블록버스터 제작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무엇보다 AI를 단순한 과학기술의 산물이 아닌, 사회·정치적 권력관계의 한 축으로 설정한 점이 후대 영화들에 깊이 각인되었습니다.
현대 AI 영화들은 메트로폴리스의 이러한 시각을 계승하면서도, 더 세밀하고 다양한 해석을 시도합니다. 예를 들어 허(Her)는 물리적 몸이 없는 AI와의 사랑을, A.I. 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감정을 지닌 로봇 아이를 다룹니다. 하지만 모든 작품은 공통적으로 AI의 존재가 인간 사회의 구조와 가치관을 어떻게 바꾸는지 묻고 있습니다.
1927년의 메트로폴리스는 단순한 고전 영화가 아니라, AI와 로봇을 통한 사회 비판과 미래 예측의 시초였습니다. 이후 제작된 수많은 AI 영화들은 이 작품이 제시한 철학적 질문과 미학적 토대를 발전시켰습니다. 오늘날 AI 기술이 현실에서 급속도로 발전하는 시대에, 메트로폴리스를 다시 보는 것은 단순한 과거 회고가 아니라 미래를 대비하는 지적 훈련이 될 수 있습니다.